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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전이로 인해 AC 항암 4번, TC 항암 4번을 하게 되었다. 혈관이 너무 좋지 않아서 케모포트 수술을 받고 항암을 시작하기로 했다.
케모포트 수술
배아동결 이후 케모포트 수술과 AC 첫 항암을 위해 입원을 했다.
AC 항암은 항암 독성으로 인해 심장초음파를 해서 결과를 확인한 후 항암을 진행한다. 심장 초음파 결과를 듣기 위해 오전에 순환기내과 외래를 방문했고, 정상이어서 AC항암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에서 쉬고 있는데 유방외과 교수님이 회진을 도셨다. 원래는 난소보호주사를 1주일 전에는 맞고 난 뒤, 항암을 진행하는 게 좋은데 배아동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오늘 맞고 내일 케모포트 삽입 수술 후 바로 항암 진행을 한다고 하셨다.
수술 후 항암까지는 최대 6주 정도 쉴 수 있는데 나는 딱 6주가 되는 하루 전 날 항암을 하는 것이다.
난소보호주사는 졸라덱스와 루프린이 있다. 졸라덱스는 졸라 아파서 졸라덱스란 말이 있다. 바늘을 확인하면, 무지하게 굵다. 그래서 교수님께 무조건 루프린으로 맞고 싶다고 했다.
루프린 맞는 부위는 보통은 배에 맞는데, 팔도 가능하다고 하셨다. 뱃살을 잡고 맞았는데, 시험관 한다고 호르몬 주사를 내가 쑤실 때 보다 루프린 주사는 안 아팠다.
다음 날, 케모포트 삽입은 수술 중간중간 남는 시간에 들어가서 수술을 진행한다고 했다. 정확히 언제 수술을 할 수 있는지 정해지지 않아서 마냥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대신에 금식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점심까지 먹고 기다리고 있는데, 1시쯤이 되어서야 내 차례가 됐다. 침대에 누워서 수술실로 이동한다. 유방암 수술 때는 꺼이꺼이 울면서 수술실로 이동했는데, 오늘은 웃으면서 수술실로 이동했다.
수술장 침대에 누웠는데, 얼굴과 케모포트 삽입 부위를 천으로 덮었다. 부분마취를 진행하는데 너무 아팠다. 가슴 위쪽에 3방 목 부위에 3방을 맞았다. 그런데, 교수님이 아닌 전문의가 진행하는 느낌을 받았다.
수술 중간에 집도하는 분이 '야, 관이 이거 맞는지 제대로 봐줘' 하면서 옆에 분에게 말씀하시는 말을 듣고 너무 무서워졌다. 오늘 케모포트 삽입하는 건 내가 첫 수술이라고 했는데, 왠지 마루타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천도 얼굴 부위를 바로 덮은 터라 마스크(코로나 시절이라서 KF94 착용함)와 함께 숨쉬기가 불편한데, 저 말을 들으니 호흡곤란이 올 거 같았다. 유방암 수술보다 더 무서웠다. 유방암은 눈 감았다 뜨면 끝나있는데, 이건 소리를 다 들으면서 하니까 수면마취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목 부위에 관을 삽입할 때는 이상한 느낌이 나서 묘했다. 본드로 수술 부위를 막았기 때문에, 1주일까지는 샤워할 때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본드가 자동으로 떨어질 때까지 놔두면 된다고 했다.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돌아왔다. 마취가 풀리자 수술한 부위가 아파왔다. 몸을 일으키거나 옆으로 움직이면 아팠다.
AC 첫 항암 후기
항암 약이 병실로 올라와서 AC 항암을 진행했다. 공포의 빨간색이 내 몸으로 들어왔다.
AC는 빨간약 20분, 그 뒤에 하얀색 약을 1시간 정도 맞았다. 그 뒤로 포도당 수액을 다음날 오전까지 맞았다.
항암을 하면 물을 많이 먹고, 항암 약이 몸에서 빨리 나가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서 소변도 자주 보는 게 좋다고 하셨다. 나는 항암 도중에 물을 계속 먹고, 약이 바뀔 때마다 화장실을 갔다.
소변을 보면 소변색이 빨갛다. 냄새도 약품 냄새가 진동을 한다. 냄새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 새벽에 2,3시간마다 잠을 깼다. 열이 올랐다. 체온계를 재보니 미열 37.5였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내가 항암하면서 고열에 시달린 경우가 두 번 있었는데 루프린 주사 + 항암을 같이 할 경우 고열에 시달렸다.)
아침에 교수님이 회진을 도셨다. 하루 더 입원해 있어도 된다고 하는데, 남편 출근 때문에 퇴원을 바로 한다고 했다. 퇴원 후 바로 요양병원을 가기로 했다. 남편은 일을 가야 했고, 처음이라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모르는데 고열이 나면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야하니까.
집에서 병원까지는 1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병원이랑 가까운 요양병원을 가기로 했다. 또, 밥을 챙겨줄 사람이 없으니 요양병원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케모포트 연결과 제거는 혈액종양내과 의사 선생님이 해주신다. 그때까지 포도당 수액을 계속 맞았다. 의사 선생님이 일찍 오시면 포도당이 좀 남았어도 제거하게 된다. 케모포트 제거를 하고 반창고를 발라주셨다.
(나중에는 반창고 알러지가 생겨서 말씀드리니 반창고 말고 다른 걸로 처치해주셨는데 이름은 기억 안난다. 반창고 알러지가 있으면 꼭 말하길)
퇴원 후 바로 조직검사지, 진단서를 챙겨 요양병원으로 갔다. 신속항원을 하고 입원을 했다. 병실까지는 보호자가 올 수 없어서 1층에서 남편과 헤어졌다.
2인실에 입원했는데, 옆에 같이 입원하기로 한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혼자 입원하게 됐다. 요양병원 생활은 나와 맞지 않았다.
간호사들은 수시로 혈압을 재러 왔고, 히터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항암 후유증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데, 저런 상황에 더욱 잠을 못잤다.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는데 젊은 환자가 있으니 사람들의 눈이 나를 향해서 버거웠다. 두 번째 끼니부터 방에서 먹기로 했다.
항암하고 세 번째 날부터 구역감이 생겼다. 음식을 하나도 먹지 못했다. 냄새만 맡아도 속이 좋지 못했다. 과일과 새콤한 것만 들어갔다.
씻으려고 케모포트 부위에 반창고를 떼냈는데 본드까지 떨어져 버려 피가 났다. 본원에 가야 하나 생각했는데, 요양병원에서 소독만 받았다.
다음 날,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다. 배달 음식을 시켜서 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렇지만 배달 음식은 안된 단다. 직접 나가서 내가 사오거나 보호자가 음식을 사 오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영양수액을 맞기로 했다. 영양 수액을 맞으면서, 이렇게 음식 케어도 못 받을 바에는 집에 가는 게 나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연락해 집에 너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1주일을 입원할 계획이었던 요양병원에서 4일 만에 퇴원했다. 입원금액은 170만 원이 나왔다. 실비가 되는 거였지만, 어마무시했다. 나는 첫항암 이후로는 요양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했다.
집으로 퇴원한 나는 살 것 같았다. 편안한 침대와 극진한 남편의 병간호로 인해 요양병원 보다 더 편했다. 음식은 구역감이 너무 심해 사진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고 냉장고 냄새만 맡아도 속이 안 좋았다. 냉면, 아이비 과자, 토마토, 흰 식빵 이런 걸로만 밥이 넘어갔다. 항암한지 8일째쯤 되서야 일반 밥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항암 후 외래 진료가 있다. 첫 항암 후 피검사를 해서 호중구 수치를 봐야 한다고 한다. 호중구 수치가 안 좋으면 호중구를 올리는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실비는 된다고 한다.
채혈 결과 나의 호중구 수치는 700대로 나왔다. 호중구 주사는 팔뚝에 맞는데 너무 아팠다. 근데 주사를 맞자마자 10일이 넘는 동안 있던 미열이 떨어졌다. 머리 두통도 사라지니 상콤해졌다.
항암 후 14일째, 드디어 탈모가 왔다. 마의 14일이라더니 정말 딱 14일 날 머리가 빠졌다. 탈모가 올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머리가 빠지는 걸 보니 펑펑 울고 말았다. 다음 날 머리를 감자 우수수 머리가 빠진다. 하지만 더 이상 눈물을 나지 않았다.
머리가 빠져서 몸에 달라붙고 간지러운 걸 보니까 이걸 계속 놔두면 안 될 것 같아 바로 미용실로 달려갔다. 차마 머리를 밀 때 거울을 보지 못할 것 같아 두 눈을 감고 밀었다. 중간에 궁금해서 거울을 봤는데 생각보다 덤덤했다. 역시 뭐든 두려움이 제일 큰 것 같다.
머리를 다 깎은 모습을 보니, 남동생을 닮았다. 나는 머리빨인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항암 후 3주 차가 되니 체력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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